지난 11월 23일 2018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11월 16일로 예정되었던 수능이 15일 포항 지진 피해 여파로 인해 수능 역사상 최초로 1주일 연기됐었다. 이로 인해, 많은 학원가에서는 단기속성 1주일 특강 등을 내세웠고, 준비가 부족했던 수험생들 역시 일주일간의 벼락치기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이렇듯 시험, 중요한 발표 등을 앞두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일치기, 밤새기를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잠을 자지 않는 것이 우리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영국 요크대 연구진 "좋은 수면이 우리의 기억을 조금 더 유연하고 융통성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사진=Pixabay 이미지>
2017년 10월 신경시스템과 행동에 관한 유명학술지 ‘코텍스 (Cortex)’에 게재된 논문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영국 요크대학교 (University of York) 연구진들은 수면이 우리의 기억력과 관련해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을 밝혀냈다. “좋은 수면이 우리의 기억을 조금 더 유연하고 융통성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우리가 뇌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것 즉, 무언가를 기억해내는 기능은 장기 기억 보존에 유용하다. 또한, 이는 새로운 정보를 기존 기억에 업데이트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기존의 기억과 새로 들어오는 정보 사이에서 차이가 있을 때, 기존 기억에 새로운 정보를 덮어쓸지, 아니면 두 개의 기억을 공존시킬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추후 기억 검색에서 왜곡이 일어나며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이때 수면이 기억의 통합과 정리에 영향을 주어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시킬 수 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수면을 취해야 새 기억과 기존 기억의 통합과 정리에 융통성 준다
해당 연구의 실험에서, 실험 참여자들은 각 30명씩 두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테스트를 진행했다. 컴퓨터 스크린에 50개의 단어가 차례대로 불규칙적인 위치에 표시되고 각 단어에 해당하는 위치를 기억해내어 좌표를 가리키는 실험을 두 차례 진행하였다. 첫 번째 실험 후 수면 그룹은 90분간의 수면 시간을 가지고 30분간 잠에서 깨어날 수 있는 시간을 가졌고, 일반 비수면 그룹은 120분간 계속 깨어 있었다. 그 후 두 번째 실험에서 첫 번째 실험의 단어 위치 (기존 기억)와 새롭게 제시된 위치 (새로운 정보)를 기억해내는 실험을 진행했다.
놀랍게도 수면 그룹의 좌표 선택 거리 오차범위가 일반 비수면 그룹의 오차보다 두 가지 실험 (기존 기억과 새로운 정보) 모두 적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수면이 오래된 기억과 새로운 기억을 모두 강화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연구진의 스코트 박사 (Dr. Scott Cairney)는 “기존 연구들에서 수면이 우리의 기억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것은 많이 밝혀졌지만, 이 실험을 통해 수면이 새로운 기억과 기존 기억의 통합과 정리에 융통성을 주고 뇌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도와준다는 것을 밝혔다”라고 전했다.
▲ 수면 그룹 (좌측)의 좌표 거리 오차가 비수면 그룹 (우측)의 오차보다 작으며, 확률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 <사진/정보=논문 Cairney, Scott A., et al.,2017>
이렇듯 해당 논문의 발표대로 수면이 기억의 잘못된 정보를 보완하고 통합하면서 기억 보존에 유용한 정보처리를 도와준다면, 우리네가 지금껏 밤을 새워가며 시험을 준비했던 것들이 사실은 뇌과학적 입장에서는 다소 효과적이지 못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충분한 수면시간을 가지면서 무엇이든 준비하는 것이 기억력 증진에 더욱 효율적일 것이다.
글. 한국뇌과학연구원 송영제 선임연구원 br-md@naver.com
<참조논문> 논문 Cairney, Scott A., et al. "Sleep Preserves Original and Distorted Memory Traces." Cortex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