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당시 5살짜리 아들이 밤에 엄마 곁에서 애타게 우는 소리를 벽 넘어 들은 적이 있다. 아이가 잠든 후 왜 울었는지 아내에게 물어 보았다. 엄마와 아빠가 나이가 들면 이 세상에서 더 이상 자기와 같이 있지 못하고 세상에서 없어진다는 말을 듣고 어린 것이 한동안 눈물을 흘리며 애통해 했다고 한다. 그땐 집안에 철학자가 하나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고혈압인 아내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짓만 골라서 하는 말썽꾸러기 노릇을 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때때로 가까운 사람들과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사고나 불치의 병 뿐만 아니라 언젠가는 자신의 목숨이 끝나는 그 때가 있음을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보아 우리는 알고 있다. 알폰스 데켄의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라는 책은 살아가는 것에만 급급한 우리에게 항상 생의 끝이 있음을 인식시키고 죽음을 준비하는 보람된 삶을 살도록 가르침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철학교수에 의해 번역된 것이기에 뇌신경과학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다시 한번 죽음에 대해 뇌를 중심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뇌를 연구하는 신경과학자로서 인간의 사망은 ‘뇌의 죽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즉, 뇌의 모든 활동이 정지된 뇌사를 뜻한다. 이것은 뇌 내의 많은 신경세포들의 활동을 집합적으로 측정하여 보여주는 뇌파(EEG)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음을 뜻하며 인간으로서의 생명의 본질을 심장이 아닌 뇌 내의 신경세포들의 복잡한 기능으로 보는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말은 “나는 뇌로 생각한다. 고로 살아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임사체험(Near Death Experience)이 많은 종교에서 언급되는 사후의 세계 또는 영혼의 세계를 증명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제는 반복적으로 실험 가능한 뇌의 현상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http://www.mindspring.com/~scottr/nde/jansen1.html). 유체이탈 체험(Out-of-body experience) 또한 공간인식과 관련된 뇌의 특정지역이 자극될 때 관찰되는 것으로 최근에 알려졌다 (http://www.cnn.com/2002/TECH/science/09/19/coolsc.outofbody/).
뇌의 기능은 한 사람의 몸을 중심으로 주위 환경과 사회 내에서 다양한 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성숙한 남녀가 사회 속에서 만나 결혼을 하여 자녀를 양육하는 일은 수많은 사람들로 구성된 영원히 살아 숨쉬는 사회정보처리 시스템(Global Brain) 내에 새롭고 독특한 뇌(Personal Brain)를 키우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사회 속에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인간의 뇌라고 할 때 특히 중요한 뇌의 부분은 전두엽이다. 뇌의 전체적인 기능 소멸을 사회 속에서 개인의 죽음으로 보았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발생의 여러 단계에서부터 태어난 후 노년까지의 인생의 전체 과정에서 세포의 예정사(Programmed Cell Death)와 괴사(Necrosis)의 신경세포사멸(Neuronal Cell Death)을 끊임없이 경험하고 있다. 청년으로 성장한 후에 우리는 매일 수만 개의 신경세포들이 죽는 과정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한 과정에 나타나는 것들이 사회적인 기능을 마비시키는 정신분열증, 치매, 뇌졸중 등 뇌 질환들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부분적인 죽음의 과정 속에 늘상 있어왔다고 볼 수 있다. 살아있는 신경세포들은 항상 서로 간에 전기 정보와 화학적 정보를 주고받으며 소멸하는 그때까지 뇌의 전체성과 조화를 이룬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인간들도 이웃간에 사랑과 지혜를 주고받으며 개인의 죽음을 맞이하는 때까지 자신이 속한 사회에 기여해야 되리라.
알폰스 데켄의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라는 책은 개인으로 하여금 사회와 우주라는 거대한 뇌(Universal Brain)속에서 충실한 한 신경세포로 기능할 때 영원한 생명의 문이 열리기 시작함을 가르치는 듯하다.
글. 신형철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과 교수